자체태블릿 제작기의 마지막 글인 이번 글은, 태블릿을 제작과정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을 조금 더 적어보고자 한다.
1. 외부사 협업 경험
가장 직관적으로 얻었던 경험을 말하라면 외부사 협업 경험을 들고 싶다.
내가 앞으로 일을 하며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일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모든 걸 다 내재화할 수 없기에, 외부 기업과의 협업은 필연적..)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내가 계속 하게될 일을 미리 체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것은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하드웨어에 국한되진 않았다. 같은 회사 직원과 일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외부사 협업은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일을 진행해야 했다. 사소한 소통방식부터, 서로 간의 업무 방식 이해, 문서작성법, 문제 발생 시 이에 대한 이슈레이징 방식까지. 설계/제작/운영이라는 1-cycle을 외부사와 같이 진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리저리 고민했던 과정들은 앞으로 내가 다른 외부사 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니, 회사에서 외부 협업은 처음이었지만 괜찮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데엔 대학생활에서의 경험들이 도움을 주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학생활에서의 나는 동아리만 7~8개를 하고, 매 학기 여러 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활동했었다.(소위 말해 싸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외부 단체와 협업할 일도 꽤 있었다.
대학생활 동안 진행한 여러 협업들 중 일부
CommA 프로젝트: NC SOFT 산하 재단에 의사소통 보조기구 납품
대학교: 고려대 전산처와 협업해 AI 선배 웹사이트 개선 기획/디자인
IT동아리 SOPT: 하이트 진로 등 여러 기업들로 부터 동아리 행사 후원을 받았던 일
대학 배구 운영 단체 ALUV: 대학스포츠 협회인 KUSF, GS 칼텍스 배구단과 협업해서 대회 운영
스포츠 마케팅 동아리 Smarter: 스포츠 베팅 게임업체 스포라이브 연계 학술대회 발표
이렇게 꽤 많은 단체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했던 것은,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의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시 등장하는 명언.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2. 다 같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사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의 여러 부서가 한꺼번에 같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PO는 각 부서가 적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유"이자 "지휘자"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실제로 태블릿 관련 이슈가 생긴 상황이 있었는데, 그 때 각 부서에게 해줬으면 하는 일들을 내가 사내 메신저로 부탁하고, 같이 움직였던 적이 있었다.
당시 업무 요청 예시
운영팀
1. 이슈 발생 매장에 대한 처리(문자/통화& 작성한 guide 전달)
2. 내부 운영가이드 update
3. 설치업체에 유의사항 전달 요청(지방, 수도권 구분)
개발/QA팀
1. 해당 이슈에 대한 소프트웨어 버그 가능성 파악
2. 재현 여부 파악 및 증거 파악을 위한 재현 영상 녹화
사업개발 팀
1. 해당 이슈에 대한 태블릿 업체 푸시 부탁(이슈레이징 및 원인파악 요청)
-> 만약 업체가 실무자 푸시 만으로 잘 안움직일 시 C-level께 푸시 요청
어떤 하나의 상황이 발생했을때, 운영팀/사업개발 팀/QA팀/개발팀 심지어는 C-level까지 모든 부서가 다 같이 움직여야 시너지가 난다.
이때 각 부서가 해줘야 할 사항들을 1차적으로 파악하고 해당 사항들을 해달라고 업무를 요청하는 것.
결국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큰 틀을 짜서 여러 부서가 같이 움직이도록 하게 하는 약간은 "윤활유"이자 "지휘자" 같은 역할이 PO에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당시 각 부서가 해줘야 할 일들이 어느 순간 생각이 딱딱 나고 바로 슬랙(사내 메신저)에 각 부서를 태그 걸고 업무 요청을 했었는데, 그 순간 "나 그래도 10개월 동안 일하면서 헛되이 일하진 않았네. 운영 짬이 조금은 찼네?"라고 느꼈던 것 같다.
3. 새로운 분야도 두렵지 않아
펌웨어가 뭔지도 모르는 기계치였던 내가, [펌웨어 요구사항 정의 -요청 - 소통- 테스트 - 펌웨어 업데이트 - 각종 이슈 해결] 에 이르는 일련의 펌웨어 및 하드웨어 제작/운영경험을 거치며 펌웨어에 대한 지식/경험들이 생겼다.
실제로 퇴사 1달 전, 태블릿 업체와 업무 미팅을 했던 일이 있었다. 태블릿 업체에게 각종 펌웨어 방식에 대해 역제안을 하고, 태블릿 업체가 복잡하게 전문용어로 말한 내용에 대해 내가 "~~ 부분은 ~~를 말씀하시는 것 맞죠? 이 부분은 ~~ 차원에서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하면서 대응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왔었다. 같이 미팅에 참여한 사업개발/운영팀 직원분들이 덕분에 미팅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었는데, 이때 펌웨어/하드웨어 관련 짬이 그래도 좀 쌓였구나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 이전엔 아예 몰랐던 분야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생겨 편하게 대화하는 나를 보며,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이라도 그 일이 기존의 나에게 낯설고 어렵더라도 뭐든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던 계기였던 것 같다.
4. 오프라인 기업에서 PO는
내가 회사에서 다뤘던 하드웨어 중 가장 detail하게 다뤘던 건 자체 제작 태블릿과 그 펌웨어였다. 그 외에도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하드웨어를 다뤘다. 테이블 오더 선불형 기기에 들어가는 카드리더기나, 주방용 프린터나 POS들이 그 예다.
PO 중에 하드웨어를 다뤘던 것은 나만은 아니었는데, 다른 PO분들 중에선 결제 단말기나, 키오스크를 담당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특히 결제 단말기를 담당하시는 PO 분의 경우 큰 틀에선 내가 했던 업무와 비슷한 부분을 하셨었다. 결제 단말기의 펌웨어를 맞춤형으로 기획하시고, 이에 대한 테스트 및 공급관리 부분에도 관여하셨었다.
결국 이런 오프라인 관련 혹은 디바이스가 엮여있는 서비스에서의 PM/PO는 하드웨어까지도 어느정도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야 한다는 좋은 깨달음을 겪는 순간이었다.
5.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용성에 기여하다
일반 태블릿 사용시 발생했던 문제들을 단순 간엔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기획하고 하드웨어를 제작/공급했다. 공급 후에도 발생하는 자잘한 이슈들은 하나하나 직원분들, 외부사와 같이 협업하며 수정해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에서 나올 때는 처음에 발생했던 하드웨어 이슈들을 꽤 없앨 수 있었다.
결국에 내가 맡았던 테이블 오더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던 "운영 안정화" 를 이루는데 기여했다는 점이 꽤나 뿌듯한 부분이었다. 또 단순히 회사나 매장 입장의 운영안정화를 떠나서도, 테이블 오더를 쓰는 사용자 경험의 일부인 하드웨어의 사용성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슈, 사용성에서 모든 요소를 다 컨트롤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PO인 내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서 한해서는 어떻게든 해결을 해보려 노력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PO의 담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하드웨어 측면이더라도, 안정화와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노력했다. 이런 노력들이 어느 정도는 결과로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느낀점과 관련된 글을 마지막으로 3개의 글에 걸친 자체 태블릿 제작기 글이 끝났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일 중에 하나였기에 더 신경을 써서 글을 적었다.
이번 자체 태블릿 제작기는 조금 긴 호흡으로 연재했던 만큼, 다음 글은 좀 더 짧은 호흡으로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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