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예상치 못한 업무
회사에 들어가서 맡았던 업무 중 예상치 못했던 업무를 묻는다면 그중 하나가 태블릿 제작 업무가 아닐까 싶다.
보통의 PO, PM, 서비스 기획자라고 했을땐 앱/웹 등의 소프트웨어의 기획 업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입사 전에 이렇게 하드웨어까지 다루게 될 것을 예상하긴 어려웠다.
내가 맡은 서비스인 테이블 오더의 특성상 하드웨어, 그중에서도 특히 태블릿과 뗄레야 뗄 수 없었다. 또 내가 PO를 맡은 시점이 서비스 운영 초기였기에,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뿐 아니라 하드웨어도 시스템/운영적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적인 부분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나에게 외부 태블릿 업체와 협업하여, 테이블 오더용 태블릿을 제작할 기회가 주어졌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가 맡았던 주요 역할을 말하자면 태블릿 껍데기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것보단, 태블릿 내부에 들어가는 펌웨어를 테이블 오더 서비스 맞춤형으로 기획하고 이의 제작을 태블릿 업체에 요청하는 일이었다. (태블릿 os(운영체제) 같은 것을 테이블 오더 맞춤형으로 만드는 일이었다고 보면 된다.)
펌웨어의 제작을 위해 업체와 협업하는 과정과, 태블릿이 완성되고 매장에 공급하며 발생했던 여러 운영 이슈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쉽게 해 보기 힘든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반적인 IT 기업의 PM/PO가 쉽게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하기에 이 내용을 소재로 글을 적게 되었다.
꼭 PM/PO 직군의 업무라기 보단, 운영/사업 관리/상품 기획 등 다양한 직군의 업무에 걸쳐있는 업무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특정 직무의 업무를 떠나서, 외부 업체와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적어보게 되었다.
1. 왜 태블릿을 제작해야 했나?
회사에서 자체 태블릿을 제작했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면, 시중에 파는 태블릿이 이렇게 많은데 왜 굳이 태블릿을 제작하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서비스의 특성상 시중 태블릿이 아닌 별도의 태블릿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테이블 오더라는 서비스는 결국 태블릿을 기반으로 태블릿에 깔린 앱을 통해 주문/결제하는 앱이다. 그렇다 보니 앱(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그것이 돌아가는 태블릿(하드웨어) 도 서비스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앱이 구동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태블릿이다 보니 테이블 오더를 이용하는 일련의 사용자 경험에서 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에서 자체적인 태블릿의 제작이 필요했는데, 아마 대부분의 테이블 오더사들이 비슷한 이유에서 태블릿 제작을 하지 않을까 싶다.
1. 비용 절약
2. 맞춤형 하드웨어 및 펌웨어를 통한 안정화
3. 브랜딩 효과
1) 비용 절약
결국 테이블 오더라는 것은 매장의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설루션이다. 따라서 "비용 절약"이라는 관점이 사장님 입장에선 제일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사장님이 여러 회사의 테이블 오더 서비스 중 본인이 쓸 서비스를 고르는 기준에도 적용된다. 특히 테이블 오더 서비스는 기능적인 차원에서 차별화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사장님 입장에선 주문/결제만 오류 없이 잘 동작하는 한 그렇게 스페셜한 기능이 필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 이는 사장님이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을 "서비스 이용료(가격)" 으로 만든다.
이런 환경은 테이블 오더 시장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누가 더 싼 이용료로 공급하냐)으로 만들었다.
서비스 이용료에는 테이블 오더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비용이 포함되어 있고, 비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태블릿이었다. 그렇다 보니 태블릿 단가를 낮추는 것도 테이블 오더 시장에선 중요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결국 소규모 발주가 아니라 계약을 통해 대량 발주를 하는 것.
이를 통해 같은 품질이더라도 더 낮은 가격에, 혹은 더 좋은 품질이라도 같은 가격에 태블릿을 공급받는 게 필요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2. 맞춤형 하드웨어 및 펌웨어를 통한 안정화
그럼 비용적 측면만 고려했을때는 시중에 파는 태블릿을 대량으로 공급받는 계약만 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대량 계약을 통해 단가 낮추기)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자체제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테이블 오더에 이용되는 태블릿들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용도가 아니다. 매장에서 주문/결제를 하는데 쓰기 위한 태블릿이다. 따라서 손님이 주문/결제를 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고, 주문/결제를 원활하게 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태블릿에 추가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몇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홈으로 가기 버튼
일반 태블릿엔 위 사진과 같이 이용자의 편리를 위해 보통 [홈으로 가기 버튼] 이 있다.
하지만 테이블 오더를 쓰는 사장님 입장을 생각해 보자. 테이블 오더 앱을 통해서 손님들이 주문/결제만 하면 빠르게 하면 좋을 텐데, 자꾸 손님들이 [홈으로 가기 버튼]을 이용해 테이블 오더 앱 밖으로 나가 웹서핑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면?
실제로 이런 일들은 매장에서 자주 발생했고 이런 부분을 힘들어하는 사장님이 많았다.
(이런 사장님의 힘듦은 고객센터 문의로 인입될 수밖에 없다.)
인건비를 아끼고 운영 효율화를 위해 테이블 오더를 쓰는 것인데 오히려 신경 쓸 사항이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했을때, 적어도 테이블 오더 앱이 켜져 있는 동안에는 손님들이 [홈으로 가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설치 효율성
손님 side의 입장을 넘어서, 테이블 오더를 설치해 주는 설치 업체 side를 생각해 보자.
해당 설치 업체들은 특정 매장에 테이블 오더를 설치 한뒤, 또 다른 지역에 있는 매장에 가서 설치를 해야 한다. 하루에도 몇 개의 매장을 돌아다니며 설치를 하고, 1개 매장에 설치해야 하는 태블릿은 적게는 몇 대부터 많게는 몇십대에 달한다.
설치과정에서 태블릿의 각종 내부 설정들 중 테이블오더를 위해 설정을 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다면, 이런 설정들의 값이 처음 태블릿을 개봉했을 때부터 되어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럼 더 빠르게 설치 후 다른 매장에 설치를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또 매장 사장님 입장에서도, 테이블 오더 설치시간은 최대한 단축되어야 본인 영업에 지장이 없다. 설치 때문에 하루 장사를 날린다면 그만큼 또 매출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이런 [설치 시간] 적인 관점에서도 태블릿의 특정 내부 세팅들이 미리 되어있는 상태면 좋을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용환경
그 외에도 테이블 오더 서비스의 사용환경은 일반적인 태블릿 사용환경과 다를 수밖에 없다. 보조배터리 등을 항상 끼워가며 몇 시간씩 앱을 끄지 않고 켜놓는다 (매장 운영하는 점심부터 밤까지 태블릿은 켜져있다). 또 결제 카드리더기 등을 태블릿에 연결해서 쓰는 등, 일반적인 태블릿 사용환경과는 다른 특수한 환경에 처해져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에 대한 최적화가 있을수록 좋을 수밖에 없다.
=> 정리:
즉, 일반 태블릿도 쓸 수는 있겠지만 상황/환경에 맞는 하드웨어 최적화를 했을 때, 사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서비스 운영 초기엔 일반 태블릿을 사용했었으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하드웨어 관련 운영 이슈들 인입이 꽤 있는 편이었다.
결국은 하드웨어 스펙이나,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펌웨어(태블릿 os(운영체제) 같은 것)의 조정을 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좀 더 테이블 오더 운영에 적합한 태블릿으로 변화시켜 관련된 이슈들을 최소화하고, 유저의 일련의 테이블 오더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고 볼 수 있다.
3. 브랜딩
또, 태블릿 하드웨어 등을 맞춤형으로 디자인함으로써, 회사 브랜딩 효과를 내는 측면에서의 부가적 효과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을 때 자체적인 태블릿을 만드는 것의 이점이 컸고, 그에 따라 제작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2. 어떻게 이 일을 맡게 되었나?
이렇게 제작을 한다고 했을 때, 왜 PO인 내가 이 일을 맡게 됐는지 궁금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서비스 운영 초기라, 인력 상황상 이 일을 맡을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컸던 것은 해당 태블릿 제작에 있어서의 특수성이 더 컸다.
이미 하드웨어적인 스펙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고, 단순 하드웨어 사항보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엮여있는 부분에서 작업해야 할 것이 많았다. (ex. 펌웨어 제작 요청, 펌웨어 테스트, 개발자와의 협업 등)
결국 태블릿 자체가 테이블 오더 서비스 용으로 제작될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테이블 오더 앱에 대한 이해도가 바탕이 되어야 적합한 태블릿 및 펌웨어 설계가 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내가 해당 업무를 맡을 수밖에 없었고, 초반엔 제한된 역할이었지만 점점 role이 커지게 되었다. 그래서 태블릿을 공급받기 직전엔 계약/발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에 관여됐었던 것 같다.
당시엔 처음해 본 유형의 일이기도 하고,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쉽게 해보지 못할 경험을 한 것이기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3. 맡았던 일을 요약하면?
구체적으로 했던 일들을 적기 전 간단히 요약한다면,
3가지 정도로 업무를 정리할 수 있겠다.
1. 맞춤형 태블릿 펌웨어(태블릿 os) 제작
2. 관련 운영 이슈 해결&안정화
3. history 문서 제작 및 인수인계
결국 이 일을 통한 궁극적인 목표는 하드웨어 안정화를 통해 더 좋은 테이블 오더 서비스 사용성을 만드는 것이었다.
간결하게 3개로 정리했지만 저 3개의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업무들을 했었다.
(ex. 미팅/업체 연락/테스트/운영 이슈 대응/내부 소통/문서 제작 등)
다음 글에선 이 진행했던 업무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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