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PO를 맡은 지 얼마 안 된 후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인 여러 개의 일을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물론 회사마다, 서비스마다 PM/PO가 맡게 되는 "여러 개의 일"의 특성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일을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것 은 많은 PM/PO 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직은 짬(?) 이 부족한 주니어 PM/PO/기획자 에겐 이런 부분이 더 힘들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1) 나는 어땠는지 2) 나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를 적어서 이 직무를 [하고있는 or 하고 싶어 하는] 주니어 PM/PO/기획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될만한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1. PO를 맡고 달라진 점
12월 한 서비스(테이블 오더)의 PO를 본격적으로 맡은 뒤 1~2달 간,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 중 하나는 아마 "정신없음"이었을 것이다.
페이히어에서 본격적으로 PO 일을 맡기 전, 그리고 이전 번개장터 전략기획 인턴에서도 나는 주어진 "내 일" 만을 하면 됐었다. 하지만, PO를 본격적으로 맡은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내 일"에 혼자하는 일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일"도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전엔 혼자서 리서치 업무를 1~2일 동안 하는 게 일의 전부였다면, 이제는 하루에도 여러 가지 업무를 병렬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다음과 같은 업무들을 병렬적으로 진행했다.
1. 기능 개발 관련
- PRD(기획서) 작성
- 디자이너 개발자와의 소통
- 배포일정&메이커 작업일정 정리/공유
- QA 테스트 케이스 작성/테스트
2. 회의 관련
- 각종 회의 참석
- 회의록 준비
- 회의 후 회의내용 정리/공유
3. 운영
- 각종 운영 이슈(버그) 대응
- 운영 프로세스/정책 수립
- 이용/운영가이드 초안 제작
4. 단순 문의/피드백 요청 처리
- 영업/마케팅/cx 부서에서의 기능/정책 문의
- 타 부서 작업물(ex. 이용가이드) 피드백
5. 기타
- 외부 협업 업체 소통
- 리서치, 데이터 분석
당시 페이히어의 경우, 초기 회사이기 때문에 PO 1명에게 다양한 범위의 일을 처리하도록 요구됐다. (아직 각 부서마다 인력이 확실하게 충원된 상황은 아니었기에)
또한, 내가 맡았던 서비스의 경우 아래와 같은 어려운 상황들이 엮여있는 서비스였다.
1) 초기서비스
2) 개발팀이 Control 하기 힘든 하드웨어 이슈 발생(태블릿, 보조배터리 등)
3) 주문/결제를 다루다 보니 버그에 대한 고객의 민감성 높음
4) 운영 시스템 체계화 진행중
5) 영업/마케팅/운영 등 타 부서와의 협력 중요
각종 운영 이슈들이 하루에도 불쑥불쑥 여러 번 등장했고, 해당 이슈들을 해결하는데 PO를 비롯한 Product 팀에서 꽤 많은 시간을 소요했었다. 특정 버그들이 매장에서 발생했을 때, 신규서비스라 처음 보는 버그들이 많았고, 그에 따라 운영 매뉴얼화가 안 되어있었다. 또한 주문/결제와 관련한 식당 사장님의 매출에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빠른 해결이 필요했다. 그에 따라 Product 팀이 이슈 해결에 시간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내가 맡았던 테이블 오더라는 서비스는 유독 영업/마케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서비스였다. 그렇기에 타 부서와 업무적으로 협업 및 소통할 일이 정말 많았다.
그렇다 보니 나의 경우 특히 화요일~목요일 까지는 [QA 진행, 각종 회의 참석, 시시 때대로 터지는 운영이슈 처리, 타 부서와의 소통(단순문의/피드백 요청 등)] 을 처리하다 보면 순수하게 일할 시간이 업무시간 내에 1~2시간도 안 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나서야, "이제야 일할 시간이 난다...."라고 했던 적도 다반사였다.
2. 그 과정에서 PO에게 중요했던 것
이러한 상황 속에서 PO인 내게 중요했던 것은,
1) 많은 일들을
2) 빼먹거나 놓치지 않으면서
3) 중요한 일들은 기한안에 "잘" 해내기
였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노력의 과정을 통해서 점점 나아지게 된다.
3. 노력 과정
여러 개의 일을 병렬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했던 노력 과정들을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업무일지 양식 변화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매일/매주 업무일지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그날 할 일들을 적는 식으로 업무일지를 지속적으로 적고 있었다.
PO 일을 맡으면서 업무일지를 적는 방식이 이전과는 조금 변화했다.
1. 이슈대응/소통작업을 고려한 넉넉한 일정 수립
이전에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진 이업무, 몇시부터 몇시까진 저 업무를 해야지!"라고 좀 더 계획적으로 업무일지를 적었다면, 중간에 끼어들어오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To-do 리스트(할 일 나열) 식으로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떤 매장에서, 어떤 이슈(버그)가 발생되어 인입될지 모르고, 타 부서에서 언제 질의 등을 나에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런 대응/소통 작업으로 시간을 뺏길 것을 감안하여 조금은 여유롭게 일정을 수립하려 했다.
2. 업무 간의 분류
To-do 리스트 식으로 해야할 일들을 나열하면서 1) 꼭 해야 하는 중요하고 큼직한 일들과, 2) 자잘 자잘하게 쳐낼 일들을 나눴다.
예를 들어, 수요일까지 작성해야 하는 PRD(기획서) 작성은 큰 일(우선순위 높은 일)로 두고 잊지 않고 시간을 배분하려 했다.
나머지 자잘한 쳐낼 일(ex. 소통, 이슈대응) 등은 잊어버리지 않게 적어두고, 시간 날 때 그때그때 쳐냈다. (큰 일 하기 애매한 시간일 때, 예를 들면 회의 사이사이나, 업무 집중이 잘 안 될 때 처리하는 식)
또 며칠 뒤에 확인해야 하는 사항들은 추후 체크 등으로 To-do 리스트 밑에 적어서, 까먹지 않고 챙길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우선순위가 높고 중요한 일에 최대한 시간을 투입하면서도, 자잘한 일들을 까먹지 않고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와 같이 To-do리스트를 활용했었다.
2) 집중 시간 확보
PM/PO라는 직무 특성상, 각 부서에서 질의를 하러 많이 찾아오신다. 특히 꼭 급하게 질문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어도, 자리에 있으면 그때그때 질문이 들어올 수 있어 업무의 흐름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위의 To-do리스트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대해, 최대한 "집중 시간"을 확보하려 했다.
예를 들면 우선순위가 높은 큰일(ex. PRD(기획서) 작성)과 같은 경우에는, 자잘하게 10분씩 시간투입을 하는 것보다 최소 1~2시간 집중해서 업무시간을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조사해야 할 자료도 있을 수 있고, 생각을 많이 해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정말 꼭 집중해야 할 때는 회사의 Focus room에 들어가는 식으로, 최소한의 "집중 시간"을 확보하려 했다.
정말 중요한 질문인 경우엔, dm 등을 보내주시면 빠르게 답하거나 Focus room에서 나와서 대답드릴 수 있으니까.
3) 슬랙 메시지(사내 메신저)에 대한 관점의 변화
입사 초기에는 슬랙 메시지가 나에게 왔을 때(ex. 업무요청, 질의 등), 최대한 빠르게 답장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렇다 보니 혼자서 인턴스러운 업무(ex. 리서치)를 진행할 때인 11월에는 나에게 오는 메시지가 거의 없어서 상관이 없었지만, PO 업무를 맡은 이후엔(12월 이후) 여기저기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이에 대해 빠르게 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업무를 하는 중간중간에 슬랙 메시지가 울리면 이에 답장하느라 업무 흐름이 계속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보면 PO를 맡은 초반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은 CPO님이 조언을 해주셔서 해결이 됐다.
CPO: "슬랙 메시지에 대한 빠른 답장을 해야 한다고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물론 정말 중요한 메시지라면 빠르게 답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슬랙이라는 것 자체가 비동기 처리(잠시 뒤로 미뤄두고 처리 가능)를 위한 것이다. 일반적인 슬랙메시지는 자기가 처리할 수 있을 때 답장을 하면 된다. 정말 중요하고 빨리 알아야 하는 업무는 상대방이 회의를 잡든, 직접 자리로 찾아가서 구두로 언급하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랙으로 온 업무 중 적당히 미룰 수 있는 업무는 미뤄뒀다가 처리하라. 슬랙 답장 때문에 중요한 업무에 시간을 못쓰는 건 오히려 슬랙의 의미가 퇴색되는 거다. 메시지가 훨씬 많이 오는 나도 그래서 한 번에 슬랙을 몰아서 볼 때도 많다."
이렇게 말을 들은 이후부터 지금 당장 바로 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빠르게 답은 하되, 너무 기존 업무 흐름이 끊길 정도로 바로 답하진 않는 식으로 스타일을 변화시켰다. 또한 이 메시지들을 놓치고 답을 안 하면 안 되니까, 아예 업무일지 To-do리스트의 쳐낼 일 부분에 해당 메시지링크를 복붙 해놓고 놓치지 않고 처리하려 했었다.
4) 슬랙봇/템플릿 화를 통한 자동화
이 부분은 초기에 바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고, 추후 팀에 타 기획자 분이 들어오면서 가능했었다. 타 기획자 분은 팀에서 반복적으로 처리되는 업무들을 최대한 자동화/템플릿 화 함으로써, 최대한 불필요한 인풋을 줄였었다.
예를 들면, 매주 있는 QA 전날에 슬랙 자동화 봇을 통해 QA 일정 리마인드를 하면서 해당 스레드에 QA 사항과 담당자를 적도록 한다든지, 매주 있는 회의에 대한 참석자 리마인드 및 회의록 공유를 슬랙 자동화 봇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체계화를 통해 인풋을 보다 유용한 곳에 투입할 수 있었다.
4. 그 과정에서 느낀 것
이렇게 여러 일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다음과 같다.
1) 결국 PO에겐 우선순위 정립이 중요하다.
결국 PO에겐 우선순위 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게 꼭 기능 개발에 있어서 어떤 걸 우선적으로 개발할지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 본인의 일에 있어서도 말이다.
PO는 여러 부서의 가운데에서 조율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협업과 소통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상황 속에서 본인의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잘 정립해서 진행할 수 있는 PO가 정말 잘하는 PO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2) 시스템의 중요성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스템이라는 것은 결국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불필요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최대한 시스템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런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 또한 "팀 매니징"이라는 관점에서 PO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PO 자신의 바쁜 일들이 있겠지만, 본인의 일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팀이 효율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도 신경을 잘 쓰는 게 좋은 PO로써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4월쯤부터 같이 팀에서 일했던 기획자 분이 이 부분을 정말 잘하셨었어서 많이 배웠었던 게 생각난다.
3) PO에게 여러 개 업무의 처리는 뗄 수 없다.
결국에 타 부서의 한가운데에서 조율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본인의 주 업무(ex. 기획) 외에도 여러 소통/협업 업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직무가 PM/PO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때그때 여러 업무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 부서의 질의에 답하다가도, PRD를 쓰고, 이슈대응 하다가도 또 다른 업무를 하고 등...
물론 회사마다/서비스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편차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 (완전히 기획업무만을 전담해서 하는 PM/PO라면 온전히 기획에만 집중해도 될 수도...?)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의 PM/PO들은 나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병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그때그때 컨택스트 스위칭을 해야 하는 게 잘 안 맞는 사람이라면 이 직무가 쉽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어찌 보면 지금까지의 대학생활 자체가 업무의 병렬적 처리, 컨택스트 스위칭의 연속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공부, 춤, 프로젝트, 동아리 여러 개 등등... )
특히 창업동아리의 운영진/회장단 같은 역할들을 했던 것도 어찌 보면 PO의 예행연습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SOPT라는 연합 IT 창업동아리의 기획파트장을 할 때에는 매주 3~4시간 분량의 기획 관련 세미나(강의)를 main으로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운영업무를 병렬적으로 처리해야 했다. (ex. 기획파트원들의 질의응답, 과제 피드백, 동아리 행사 준비, 각종 공지 등을 비롯한 동아리 업무)
거기에 더해 기획파트장할 때 요양원에서 공익 생활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모바일 앱 운영까지 하고 있었다. 그때그때 들어오는 각종 일들을 처리하면서도, 우선순위를 잘 정해가며 일처리 하려 노력했던 일련의 과정이 회사에서 PO 실무를 하는데 직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일을 돌아보면서, 대학생활동안 했던 다양한 활동/경험들이 결코 헛되진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내가 어떤 일을 앞으로 하게 되든 내가 했던 것들은 내 자산이 될 것이니까 더 자신감을 가지자는 생각을 하며 이번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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