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더 나은 유저보이스 시스템 만들기) 에는, 회사에 들어오는 고객들의 상담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작업에 대해 적었다.
이번 글에선 고객들을 면대면으로 만났던 "카페쇼 박람회 부스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1. 카페쇼 박람회?
카페쇼는 말 그대로 카페 관련 여러 업체들이 코엑스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커피원두, 커피머신 업체, 카페 관련 여러 프랜차이즈 기업뿐 아니라, 키오스크나 POS 업체같이 카페 "운영"에 도움 되는 서비스들을 만드는 회사들도 부스를 운영하곤 한다. 그렇다 보니 참가객 들도, 단순히 다양한 커피 원두를 사러 오는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카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나, 기창업자들도 많이 온다. (행사 3~4일간 몇만명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페이히어의 유저 층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카페/음식점이고, 처음 페이히어가 유명해졌던 것도 카페에서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깔끔한 모바일 POS로 유명해졌었다.
페이히어 입장에선 예비창업자나 기창업자에게 "1)페이히어라는 기업을 알리고 2) 페이히어 서비스에 대한 구매"까지 이르게 하고자 카페쇼 박람회 부스운영을 매년 참여하고 있었다.
2. 박람회에 가기 전
굉장히 큰 규모의 행사였고,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행사다 보니 몇십 명정도의 인력이 참여를 했다. 특히 신규 입사자들에겐 직접 고객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참석이 권장됐다. 나 또한 정말 가고 싶었었는데 박람회 직전 코로나에 걸리고 만다. (3년 동안 안 걸리던... 코로나에 걸리다니... 슈퍼유전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
다행히 코로나 격리가 끝나는 시기가 딱 행사가 시작되는 첫번째 날이었고 나는 참석을 결정한다.
행사 참여 전 회사의 BD팀(영업/사업개발 팀) 분이 간단한 행사 관련 온보딩을 진행해 주었다.
그 온보딩 과정에서도 느낀점들이 있었는데,
1. 회사직원인데도 모르는 기능들이 많았다.
물론 입사한지 2~3주밖에 안 됐던 때긴 하지만, BD팀 분이 직원분들께 뿌려준 기능 FAQ를 보면서 서비스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잘 모르는 기능이 많다고 느꼈다.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 기회에 더 서비스에 푹 온보딩하자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실제로 카페쇼 부스 운영을 하며, 이것저것 질문하는 사장님들 덕분에 기능 설명을 하게 되면서 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올라갔었다. 역시 누굴 알려줄 때 이해도가 제일 높아진다 ㅎㅎ)
2. 서비스의 소구점이 무엇인가?
BD팀 분들이 온보딩 강의 중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했던 질문이 있었다.
사장님이 "페이히어 왜 써야 하나요?" 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거냐고.
이때 뭔가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를 명확히 답할 수 없던 나 자신에게 반성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찌보면 PO에게 있어
과연 우리 프로덕트는 고객에게 어떤 지점이 가장 소구 되는가?
는 꼭 알아야 할 사항이다.
요청하는 기능만 잘 만들면 되고, 소구는 영업/마케팅의 영역이야 라는 naive 한 생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소구 포인트가 있어야 예비 고객들이 우리 프로덕트를 쓰고, 기존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에 계속 남을 것이다. 또 이런 소구 포인트가 있어야, 영업/마케팅의 일도 훨씬 수월해진다.
(B2B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니만큼, 페이히어 Product팀은 영업/마케팅팀에게 특정 기능 등으로 소구포인트라는 무기를 던져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즉 PO가 어떤 기능을 만들고, 어떤 기능의 우선순위를 더 중시할 것인가를 설정하는 데 있어, 고객은 어떤 지점에 소구 되고 매력을 느끼는가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정작 그런 부분들을 파악해보고자 하는 명확한 생각 없이, 서비스만 써보고 있진 않았나?라는 생각에 머리를 한번 세게 때렸던 순간이었다.
카페쇼에 몇 번 참여했던 BD 팀분께서는 경험상으로 몇 가지 소구점들이 잘 먹힌다고 말씀해 주셨고, 이에 대해 머리에 새기고 카페쇼를 참여하게 된다.
3. 박람회에 가서
이렇게 박람회 전 온보딩 작업도 거치고, 박람회에 참여한다.
처음 박람회에 갔을 땐 제품이해도도 떨어지고, 약간은 부끄럼을 탔기 때문에 말없이 전단지를 나눠주기만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사하고, 소리치며 전단지를 나눠주고, 직접 설명도 해드리고, 제품 판매까지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ㅎㅎ (이때 나름 영업체질인가..?라는 생각도 했다..ㅎㅎ)
실제로 카페쇼 끝나고 직원분들이, 열심히 전단지 나눠주던 애로 날 기억하더라...ㅋ
8~9시간 동안 계속 서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무실에선 느낄 수 없던 꽤나 많은 것들을 느꼈기에 알찬 시간이었다.
4. 느낀 것들
박람회에서 일하며 느낀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
텍스트로 써져 있는 고객의 유저보이스가 아니라, 실제 고객의 유저보이스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카페 예비창업자, 기존 창업자, 페이히어를 모르는 사람, 아는데 안 쓰는 사람, 쓰고 있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이런 부분들을 사장님들이 좋아하는구나,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시는구나, 그래도 우리 서비스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많네 등등.. 단순히 텍스트로 봤던 걸 넘어 실제 목소리를 듣다 보니 더 확 느껴졌다. 또 한편으론, 실제 잘 쓰고 있는 분들을 보면 페이히어 서비스에 대한 소위말하는 뽕도 찼던 것 같기도 하다. (왜 회사에서 신입 직원들에게 박람회 참여를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많은 보이스들을 들을 수 있었고, 박람회 3~4일간 최소 200개 정도의 유저보이스가 수집됐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에 대한 정리 및 공유를 하는 업무를 내가 맡았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양한 회사 직원분들께 내 이름을 알리는 기회였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몇몇 처음 보는 개발자 분들이 "정리 엄청 잘하시던데요? 잘 읽었어요!" 하면서 칭찬을 해주시기도 했다.
실제로 유저보이스를 듣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능인데도 사장님들은 모르는 기능이 많다."는 점이었다.
기능이 숨겨져 있어서, 혹은 업데이트를 안 해서, 알림을 제대로 못 받아서 등. 사장님에게 필요한 기능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도 "몰라서" 못쓰고 있는 사장님들이 많았다.
여기서 느꼈던 부분 때문인지 는 몰라도, 돌이켜보면 12월에 한 서비스의 PO를 맡게 된 이후에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가 기능 출시를 유저에게 알리는 부분이었다. 어찌 보면 PO입장에서 귀찮은 운영적인 작업들(ex. 사장님들께 문자 안내, 기능 가이드 제작 등)을 추가로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이 기능이 필요한데 몰라서 못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사장님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위해 이런 작업들에 더욱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2) 마케팅 퍼널의 체험
어찌보면 박람회는 오프라인 홍보이기에, 일련의 마케팅 퍼널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1. (전체 모수) 박람회에 지나가는 사람 중에
2. (노출) 전단지를 뿌림으로써 페이히어라는 기업과 부스를 노출
3. (유입) 그중 일부가 부스로 들어와서 상담/시연을 받고
4. (구매 전환) 단말기 구매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 이 일련의 과정을 체험하며 그냥 일 하는 것이 아닌 각 퍼널의 전환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 보면서 일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일해보는 것이다.
1. (노출)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전단지를 받아줄 확률이 높을까?
(ex) 젊은 층 중에, 이쪽을 몇 번 정도는 봐주고, 전단지가 손에 많아서 전단지를 주로 받는 성향의 사람)
2. (유입) 어떤 식의 멘트를 하면서 전단지를 나눠줘야, 부스까지 들어올 확률이 높을까?
(ex) "무료"라는 것을 강조한 문구, "체험"을 강조한 문구? 등)
3. (전환) 상담과정에서 어떤 소구 포인트가 잘 먹힐까?
(ex. 가격 강조, 특정 기능 강조, 약정 및 a/s 강조 등)
이렇게 일하니 좀 더 재밌었고, 실제 마케팅 퍼널을 작게나마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3) 우리 서비스의 소구점은?
실제로 상담을 거치면서, 사장님들이 특히 좋아하는 소구 포인트들이 있었다.
결국 사장님 입장에선 매장의 매출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필요하다는 것.
사장님들이 좋아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았고, 모두 매출증대/비용감소 2가지에 포함되는 것들이었다.
1) 직접적인 서비스 이용료가 싼 것
(ex. 이용료 무료, 약정/추가비용 없는 것)
2) 본인이 버는 돈들에 대해 쉽게 분석해 보거나, 운영 현황 분석을 통한 비용 감소
(ex. 매출분석 기능, 주문 피크 분석 기능을 통한 인력 효율화)
3) 직관적으로 효과가 한눈에 보이는 것. 이를 통한 운영 편리함이 예상될 때
(ex. 서로 다른 기기에서 작동한 것들이, 한 곳에서 연동되고 데이터가 쌓이는 것)
우리 서비스의 타깃인 사장님들은 어떤 포인트를 중시하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였고, 앞으로의 기능 기획에 하나의 지침이 되었다.
4) 결국
박람회에서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서비스의 제1 목적은"고객이 서비스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다시 되새길 수 있었던 것이었다.
페이히어 덕분에 사장님이 더 편하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목소리
이게 서비스가 유지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고, 우리 서비스를 사람들이 더 찾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실제 사장님들을 만나다 보니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고객들을 직접 만나다 보니, 나도 얼른 이들에게 도움 될 기능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박람회는 마무리됐고 회사 첫 달(11월)이 끝나게 된다.
=> 카페쇼에 다녀오고 난 뒤인 12월부턴 본격적으로 한 서비스의 PO를 맡게 되고, 제대로 된 PO 업무가 시작된다.
앞으로의 글에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PO일을 하면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PO라는 직무에 대한 생각들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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