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회사에서의 마지막 작업. "서빙로봇" 연동
이번 글은 내가 회사에서 맡았던 마지막 프로젝트인 서빙로봇 연동과 관련된 글이다.
간단한 업무 배경과 더불어, 작업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로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서빙로봇 연동?
테이블 오더 얘기만 하다가, 갑자기 서빙로봇이라니? 약간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테이블 오더를 쓰시는 사장님들 중에선 서빙로봇까지 쓰고 싶어 하시는 사장님들이 꽤 있다. 이번 기능은 그분들을 위한 [테이블 오더-서빙로봇] 간 연동기능이라고 보면 된다.
좀 더 구체적인 배경 이해를 위해, 테이블 오더를 쓰는 사장님의 입장으로 돌아가보자.
테이블 오더를 쓰시는 식당 사장님들의 가장 큰 목표는 기계를 통해 "매장의 비용(인건비)을 최대한 절약"하는 것이다.
테이블 오더를 통해선, 식당 손님의 매장 이용 여정 중 [주문, 결제, 직원 호출(물, 냅킨 요청등)]에 쓰이게 될 인력을 기계로 대체했다고 볼 수 있다.
사장님의 가장 큰 목표인 "매장의 비용(인건비) 절약"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사장님은 식당 손님의 매장 이용 여정 중 다른 부분에서도 비용을 절약하고자 하는 니즈가 충분히 있다. 그중에 하나가 [서빙, 퇴식식기 수거] 같은 영역이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빙로봇에도 사장님들은 니즈가 꽤 생기고 있는 중이었다.
테이블 오더, 서빙로봇을 각각 따로 이용하는 것보다 둘 간에 연동이 되어 있을 시 확실히 더 매끄러운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우리 회사의 테이블 오더를 쓰는 사장님들이나 테이블 오더 계약 상담과정에서 서빙로봇 연동에 대한 부분을 물어보는 니즈가 지속적으로 있어왔었다. 이런 니즈를 해결하고자 나는 마지막 업무로 서빙로봇 연동 기능의 개발을 맡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서빙로봇 연동기능 예시
1) 음식 서빙:
- 음식이 완성되면 주방에 있는 pos 기나, 테이블 오더 관리 태블릿의 [로봇호출] 버튼을 통해 로봇을 주방으로 부르기
- 로봇에 음식을 싣고 특정 테이블로 음식을 배달시키기
2) 호출 대응
- 손님이 특정 테이블의 테이블 오더에서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고 물컵을 요청.
- 사장님은 테이블 오더 관리 태블릿에서 호출내역을 확인하고, 서빙로봇에 물컵을 실어서 해당 테이블로 배송
3) 퇴식 식기 수거
- 손님이 나간 테이블의 테이블 오더에서 직원이 [로봇 호출]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해당 테이블로 옴
- 직원은 치울 식기를 로봇에 싣고, 식기를 실은 로봇을 주방으로 보냄.
2. 배운 점
기능의 첫 기획부터, 시연과 출시를 마무리하기까지 배운 점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3가지 1) 이해관계자 협업 2) 개발 과정 3) 기획으로 나눠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1) 이해관계자 협업
a. 내, 외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프로젝트
내, 외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프로젝트였다.
- 외부: 서빙로봇 설치 대행업체, 테이블 오더 설치 대행 업체, 서빙 로봇 제조 및 공급사
- 내부: 파트너십팀, 영업팀, 운영팀, product 팀
각 이해관계자 별로 소통 방식도, 일처리 하는 방식도 다 달랐다. 외부 업체들은 내부와는 달리, 외부업체 나름의 특수성이 존재했었다.
각 부서의 타임라인과 상황을 인지하면서 이를 조율해야했다. 또, 최종 출시 전까지 필요한 작업들을 세세하게 챙기면서도 큰 흐름에서의 일정을 관리해야 했다. 단순히 개발, 디자인 팀과 작은 기능을 출시할 때에 비하면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했고, "더 복잡한 매니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외부 이해관계자가 많이 낀 프로젝트이다 보니 보다 "사업" 적인 측면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ex. 회사-업체 간의 수익/비용적 이해관계 등)
b. 업무 넘겨드리기에 친숙해지기
"모든 걸 내가 혼자 해내려 하는 게 아니라, 타 부서에 부탁드릴 수 있는 부분은 타 부서에게 부탁드리고 나는 내가 더 집중해야 할 업무에 더 집중을 하기."
당연한 부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회 초년생에게는 타 부서에게 업무를 부탁하고 요청드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거 같다. (뭔가 심리적으로 내가 다른 부서에 일을 떨어뜨리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기존엔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약간은 망설이게 되는 경향이 조금은 있었다.
서빙로봇 프로젝트에선 고객 대상 시연을 준비하고, 각종 운영 작업들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은 더 용기를 내서 타 부서와 업무분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이런 업무 분배는 필요하고, 타 부서분 입장에서도 그걸 더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 타 부서분께 맡겨 드리는 게 내가 그 업무를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좀 더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c. 상세한 기능 설명의 중요성
PM이 개발팀 외의 타 부서에 기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드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서로가 바쁘다 보면 자주 놓치게 되곤 하는 것 같다.
직접 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맥락을 알고 있는 product팀과는 달리 운영/마케팅 팀의 경우 그 기능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때 PM이 단순히 기능에 대한 가이드만 던져 드린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기능에 대해 직접 맥락을 설명을 해드리는 게 서로에게 훨씬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서빙로봇 작업에서는 운영, 마케팅 팀 분들께 최대한 기능에 대한 설명과 맥락설명을 자세히 드리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설명을 드리는 것을 운영/마케팅 팀에선 고마워하셨었고, 운영/마케팅 팀에서 만드는 직접적인 작업물(홍보물, 운영가이드, 이용가이드)뿐 아니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실 때에 전체적으로 더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하시게 되는 걸 볼 수 있었다.
타 부서분들 입장에선, 기능 설명을 product팀에게 자세하게 요청하는 게 product팀의 업무 시간을 뺏는 거 같아 미안함을 느끼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서로의 더 나은 업무를 위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약간은 과하다 생각할 수 있어도, PM이 먼저 나서서 미팅을 잡고 상세하게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2) 개발 과정
a. PRD 히스토리 관리의 중요성
이번 서빙로봇 기획은 내가 퇴사한 이후에 또 누군가가 맡아야 이어나가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history관리에 신경을 썼었다. 모든 이전 버전 prd, 그리고 각각의 prd 버전에서 변경된 사항과 변경 사유를 자세하게 써놓고 아카이빙 해뒀다. 이런 아카이빙 내용들은 추후 인수인계 때뿐 아니라, 서빙로봇 연동기능 개발/디자인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소통의 혼란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왜 prd hisotry 관리가 다들 중요하다고 말하는 지를 느낄 수 있었다.
b. 개발자 분들은 어디서 동기부여를 받는가?
물론 모든 사람의 동기부여 point는 다 다르다가 결론이긴 하다. 그래도 서빙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자 분들이 각각 어느 부분에서 동기부여를 받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어떤 개발자 분은, 서빙로봇 연동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엔 못 써봤던 새로운 기술을 써볼 수 있어서 동기부여를 받으시는 분이 계셨다. 또 다른 분께서는, 서빙로봇이 다른 기능과는 달리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시각적으로 보이다 보니(단순 앱 안에서 기능이 동작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서빙로봇이 회사 사무실 내를 움직이면서 다니니) 뿌듯함과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도 있었다. 또 어떤 분 께서는 회사 내에 서빙로봇이 돌아다니다 보니, 다른 직원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실 수밖에 없었고 이런 직원분들의 관심에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셨었다.
단순히 성과 적인 측면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는 걸 배운 순간이었다. 보다 나은 매니저는 이런 개개인의 특성을 잘 인지하고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는 매니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c. 세밀한 TC(Test Case) 작성의 중요성
세밀한 TC는 나뿐만 아니라 다 같이 QA를 더 디테일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번 서빙로봇 연동 기능은 평소의 타 기능보다 규모가 컸었기에, QA를 위한 TC를 정말 꼼꼼히 작성했었다. (물론 마지막 작업이다 보니 더 버그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지만...ㅎ)
이렇게 꼼꼼한 TC로 QA를 진행해 보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꼼꼼한 TC는 빠진 test case가 없는지를 보다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세세한 flow를 적어놨기에, 각각의 flow에서 빠진 case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
2) TC를 바탕으로 나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QA를 돌릴 수 있게 한다.
3) 각종 예외 case까지 적어놓은 세세한 TC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팀원들에게 안심감을 준다.
(적어도 정상적인 flow,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flow에선 정상적으로 동작했다고, 정말 예상치 못한 bug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정상적인 범위 내에선 우린 최선을 다했다고)
이 기회를 통해 TC 작성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3) 기획
a. 작게라도 검증해보기
이번 서빙로봇은 기능 기획전, 내부 테이블 오더 고객 대상 짧은 설문조사를 기획해서 배포했었다. 간단한 수요 검증을 통한 기획 타당성을 얻는 것이 목표였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수치들이 간단한 수요검증 외에도 누군가를 설득하는 요소로도 사용됐고, 출시 이후 고객 모객을 위한 수단으로도 작용하는 등 기대보다도 다양한 곳에 쓰였다. 각종 기획 이론에서는 기획자가 작게 계속 검증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 이를 회사라는 공간에서 작게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b. 한 명의 고객에서 시장이 되기까지
서빙로봇 연동 기능 기획 당시에 CEO님이 해주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한 명이라도 정말 이걸 너무 원하는 고객이 있고(기꺼이 본인의 돈을 지불할 정도로)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완벽히 만족시켜 준다면, 그걸 원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로 팔릴 수 있다고"
물론 이 서빙로봇 연동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었고, 기능 요청과 관련된 유저 voc도 계속 있어왔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0 to 1, 0 to 10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우리 회사의 서빙로봇 연동을 엄청나게 원하는 한 명의 고객(식당 사장님)이 있었고, 기획부터 개발의 1차 목표는 그분에게 계약을 따내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었다.
(요구사항 분석부터, 기획, 시연까지 꽤나 공을 들여서 진행했다.)
내가 회사에 있었을 땐 시연 후 해당 사장님과 바로 계약이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결국 계약을 따냈다고 직원분께 전해 들었다. 또, 전해들은 바로는 다른 사장님들에게도 꾸준히 연동기능이 팔리고 있다더라. 고객에 집중하는 사고에 대한 CEO님의 생각이 다시한번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3. 가장 인상깊던 순간
마지막으로, 서빙로봇 연동 기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기획에서의 실력 성장이나, 성과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기획적으로는,
- 10개월간의 경험이 그래도 있어서인지, 이전보다 큰 무리 없이, 꼼꼼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을 들 수 있을 거고
성과적으로는,
- 출시 후 큰 버그 없이 운영되며 지속적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측면보다도, 서빙로봇 연동기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자 분들이 해주셨던 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너무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개발자 분들에게, 퇴근 좀 하시라고 말했던 것에 대한 개발자분들의 대답이었는데,
"두범 님 마지막 작품인데, 야근해서라도 어떻게든 잘 만들어 드려야죠"
"나가시고서 신경 안 쓰이게 버그 안 나도록 잘 만들어야죠"
이런 개발자 분들의 말들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내가 기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좋았고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내가 10개월 동안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구나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나는 업무 중에 어떤 부분에 동기부여를 받는가?뭐가 나를 일하게 만드는 요소인가" 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물론 매출을 올린다던가, 뭔가의 사업적 성과를 내는 것.. 이런 것도 물론 좋고, 커리어적인 성공? 이런 부분에서도 뿌듯함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성과적 측면)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것보다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다고 해줄 때. 즉,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느낄 때" 가장 큰 동기부여를 받는 다는 걸 알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나 자체가 더 나은 동료가 되는 것 그게 내가 일하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목표이자, 나의 동기부여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생각 정립을 이번 프로젝트가 하게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서빙로봇 프로젝트에 감사하다.
이번 글은 이렇게 마치면서, 다음 마지막 20번째 글은 10개월간의 PO 생활을 마무리 하며 느낀 것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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